헤세의 페터 카멘친트를 보면, 주인공이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면서 거기에 언행불일치의 사기꾼이 서있는 것을 보았다고 뇌까리는 장면이 있다.

나로서는 그가 도저히 사기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고, 도리어 매우 진솔한 인물로 보았는데, 아마도 그의 다소 높은 도덕적 기준이 언행의 일치를 이루지 못한 자신을 사기꾼으로까지 바라보게 만들었던 것 같다.

말로서는 많은 것을 밖으로 내뱉지만, 실제로 실행했던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던 한 해를 돌이켜본다.

적어도 나를 만났던 이들에게 나와의 만남이 어떤 불운으로 되지 않도록 각 사건마다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시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