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셰이건의 “death”(국내판 서명: 죽음이란 무엇인가).

저자 자신의 물리주의적 관점을 기반으로 하여 무신론적 세계관, 영혼의 존재 내지 불멸성의 부인을 이론전개해 나가는데,

인상적인 것은, 법학에서의 증명책임의 분배 개념처럼, 신의 존재나 영혼불멸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 증명책임이 있지, 부인하는 입장에서 신이나 영혼의 부존재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저자 자신은 영혼 등의 존재에 관하여 이를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나, 그 존재를 주장하는 이들(유신론자 내지 관념주의자)이 아직까지 그 입증에 실패하였다고 여겨지므로 결국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연성(?) 무신론을 개진하는 모습입니다.

*강성 무신론자들이 유신론 내지 각 종교에 관하여 적대적, 혐오적 반응을 보이는 것과 비교되게끔;

저자의 의도 중에는 기존 유신론자들이 위 책을 통해 유신론적 인식에 스스로 의심을 품고 종국적으로는 물리주의적 관점을 수용하게끔 설득하려는 것이 있는데,
의심을 품게 만드는 데에는 성공을 거둘지 몰라도 과연 유신론에서 저자의 물리주의로 전향(또는 개종?)하게끔 하는 데 있어 얼마나 성취를 이룰지는 미지수로 보입니다.

저자는 영혼불멸이라는 종교적 위안이 없더라도 죽음(물리주의 관점에서는 비존재화)이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님을 나름의 합리적 추론으로 밝히고자 하는데, 다수 사람들의 종교저 위안이나 의존감정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될 만한 정도의 것으로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물리주의 세계관이 진실이라면, 영속성을 찾아 헤메는 많은 사람들은 스필버그의 A. I. 주인공 소년이 “make me a real boy”를 되뇌면서 떠도는 것처럼, 애당초 안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될 겁니다. (다만 소년이 real boy가 되지는 못했지만 결국 바라던 안식과 평안을 얻기는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