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비스토마류(類)-주로 멕시코 등에 분포한 도롱뇽 무리로서 독특하게도 유생(幼生) 때의 모습 그대로 성장한다. 그래서 아가미도 여전하여 올챙이처럼 물 속에서만 산다.




어린 시절 동물도감에서 처음 암비스토마를 봤을 때 퍽 인상적이었다, 같은 양서류인 개구리로 놓고 생각해보면 올챙이 모습(팔다리까지는 나온)으로 성장하여 그 모습으로 죽는 셈이니 신기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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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기 때는 암비스토마에 관하여 아는 애들부터가 비교적 적은 편이었는데(그러고 보면 크게 티를 내진 않았어도 당시 난 동물, 곤충 덕후 성향이 컸던 것 같다),





요근래는 애완용으로 양산, 수입되면서 ‘우파루파’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덧붙여 인터넷을 통한 잡(雜) 지식 공유의 덕도 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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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암비스토마가 언제나 이러한 유형성숙(幼形成熟)만 하는 건 아니고, 살던 환경이 크게 변하면(특히 안 좋은 쪽으로) 본래의 도롱뇽 모습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이 경우 유생 모습 그대로 살 때에 비하여는 빨리 죽는 듯하다.


 


이런 암비스토마는 내게 단순히 흥미로운 동물인 걸 넘어서 어떤 메타포로 여겨진다.




늘 조직체에 대한 적응에 서툴렀던 나는, 대학 때에는 원자화된 고시생이 되어 신림동(외계와 어느 정도 격리된 인큐베이터인 셈)에서 얼마간의 법서(法書)와 약간의 만화책을 뜯어 먹으며 지내다가,




내가 한 때 지망했던 특목고(1995′ 당시 역대최저 경쟁률의 신생 외고였던 서울외고에 지원하였으나 무참히 낙방)의 어른판 버전인 것 같던 연수원에서 이런 저런 2년을 보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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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구조공단 법무관으로 대체복무하게 되면서 군이라는 강성 조직체 역시 비껴가게 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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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종료 후 취업 대신 개업을 하여 어쨌든 전문직 자유업자가 되었으니 형태만 바뀌었을 뿐 계속 인큐베이터를 옮겨 다니고 있는 셈 같다.




그래서일까, 시간과 함께 변해버린 나의 외피(外皮) 안에는 여전히 어릴 때의 각종 엉뚱함과 잡동사니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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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 한 마리의 암비스토마로서 유생 상태로 성장을 멈춘 채 계속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