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항소이유서가 접수되었다고 알림 문자가 왔다(전자소송인 관계로).


내용을 열어 보기 전에 드는 마음은 항시 비슷하다. 패전처리를 위한 형식적 항소일 것인가 아니면 절치부심 끝에 다시 한 번 대차게 붙어보자는 결전의 내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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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前者)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나는 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큰 수고나 고생 없이 좋은 결과에 이르고 싶지, 죽을 * 싸면서 겨우 얻어내는 고진감래 같은 것 별로 안 좋아한다.



 


 물론 일단 싸움이 붙어 법적 쟁점을 정리하고 그에 맞는 logic을 전개해 나갈 때 거기에 몰입되고, 승기를 잡으면 성취감도 느끼는 것이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그 때문에 소송을 즐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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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서 본 기억으로는, 변호사의 연원으로 고대 대투사(代鬪士)를 들고 있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볼 때 좀 황당하고 위험천만한 얘기지만, 과거에는 옳고 그름이 문제되는 송사가 생기면 결투에 의하여 이를 가리려고 하였고(신이 계시니 응당 정의의 편에 서있는 자를 결투에서 승리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 이러한 결투에서의 승리를 위해 대신 싸워주는 대투사를 고용하기에 이르렀는데, 이걸 변호사의 기원으로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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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대신 싸워 주는 직업을 택하여 지금까지 온 셈인데, 여전히 싸움은 피곤하고 별로 좋아지지 않는다. 쟁송에 임하게 될 때 대투사로서의 결전의 장(콜로세움 같은 것?)에 서 있다는 이미지보다는, 


   
차라리 동물의 왕국에서 흔히 보던 아프리카 초원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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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들이 맹수들 서로 간의 불필요한 싸움을 최대한 피하고, 먹잇감을 택할 때도 약하고 여린 개체(주로 새끼)를 취하며-힘자랑이나 자존심 때문에 구태여 어린 새끼 대신 장성한 영양 수컷이나 물소(!) 등을 사냥하는 일은 생각할 수 없다-, 심지어는 죽은 고기를 먹기도 하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