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취득하게 되는 과실인 부와 명예 등과 관련하여, 기존의 전통적인 견해는 그것이 능력과 성실성에 대한 보상으로서 응당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당초부터 선친으로부터 물려받는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가 같은 것은 논외).

이에 반하여 도덕적 임의성 개념은, 해당 개인이 태어난 시대와 그 사회가 그 개인의 자질과 특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우연적 요소 때문에 부와 명예가 돌아간 것일 뿐이지, 그 개인이 그러한 부와 명예를 당연히 받을만한 어떤 도덕적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예컨대, 소송하기 좋아하는 사회에서 법조인으로서의 소양과 재능을 갖고 태어나 이를 발달시킨 사람은 보다 많은 과실을 취득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태어난 사람은 같은 정도의 능력과 소양, 열의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보다 적은 과실만을 자기 것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을 웃기는데 비상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면 오늘날에는 엔터테이너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겠지만, 전근대사회에서라면 한낱 광대로 치부될 따름이듯, 부와 명예의 분배에는 개인의 자격으로 돌릴 수 없는 우연적 요소가 개입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조차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측면(노력을 많이 하는 것도 타고 난 의지나 성향에 기인한 것으로 봄)이 있기 때문에 능력과 노력에 따른 보상 역시도 분배에 있어서의 도덕적 자격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임의성 개념은 가진 사람에 대하여는 자기가 당연히 가질 자격이 있지 않음을 인식시켜 뒤처진 사람들을 배려하게끔 하고(도덕적 임의성 개념에서 그가 더 가진 것은 단지 사회 전체의 이익과 효용을 위한 기술적 문제 때문일뿐 더 가질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며, 그렇기에 응당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요구됨),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 우승열패의 사회에서 가지기 쉬운 패배감을 완화시켜 준다.

존 롤즈. 공부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