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얻은 것이 하나 있다면 글을 통한 표현 ‘기술(技術)’이다…라고 생각한다.

전공의 특성상 가능한한 서술하고자 하는 대상을 정확히 기술(記述)하도록 하는 연습을 나름 많이 해왔고, 가능한한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에 최대한 부합하는 어휘를 선택하도록 신경써 왔으며, 표현되기 전의 image/idea를 다 담아낼 수 있도록 문장을 촘촘히 짜려 노력해 왔었다.

그 덕분에, 꼭 법률적 문서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인(그러나 차라리 업무상 집필보다는 본질적 사항에 더 근접한) 상념을 기록할 때,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을 나름 만족스럽게 써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사실 20대 초, 중반까지만 해도 글(어떤 작품이 아니라 문장과 문단의 집합으로서의 글 자체)을 쓴다는 것은,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이었든지 간에 내게 참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쓰기 시작해서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맺을 것이며, 또 그 서술의 깊이는 어느 정도까지로 할 것인가? 또 문장의 표현방식만 해도 무궁무진한데 그 중 어떤 양식을 택할 건인가? 이러한 것들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기에 글을 쓴다는 게 어려웠고, 사법시험 수험 중에는 2차 주관식 문항 대비하면서 절망했었다-진심으로.

그 때는 왜 그렇게 글과 마주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 쪽 일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내 나름의 표현의 기술이 확립된 것이 사실일까? 아니면 으레 나이가 좀 지나면 글과 결국 친해지는 것이고, 내가 해 온 일과는 별반 상관이 없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글쓰기가 내게 있어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기술이란 점에는 변함이 없다.

*Trotsky의 ‘My life’ 초반 유년기 시절 편을 보면 자신이 읽기와 쓰기를 배우기 시작했던 순간을 자기 생에 있어 가장 중요안 2가지 기술을 배웠던 때라 묘사하는데, 정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