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요새는 의뢰인이 자기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알려고만 한다면 자기가 선임한 변호사가 어떻게 변론을 수행해 나가는지 그 과정의 상당부분을 알 수 있습니다(청탁이나 로비, 전관예우 등 ‘어두운’ 영역은 별론으로 합시다).


 


대법원 사건검색 사이트를 통해서는 변론 진행과정이 나타나고, 변론이 아직 서면공방위주로 행해지기 때문에 모든 주장과 입증의 자료가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의뢰인이 원한다면 매 변론기일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구술변론이 행해지고 그에 대한 재판부와 상대방의 리액션을 어떠한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전자소송으로 사건이 진행된다면, 의뢰인은 본인의 공인인증된 아이디를 가지고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와 별개로 사건 데이터 베이스에 접속하여 즉각적으로 사건 기록을 다운로드받아 열람이 가능합니다!


 


의뢰인의 권리의식 신장 및 전반적인 법률적 상식의 수준 상승, 인터넷 인프라의 구축을 통한 access권의 충실한 보장 등 오늘날 변호사의 변론수행과정은 상당 수준의 투명성을 가지고 있다 할 것입니다. 변호사 스스로도 풍부한 사실관계의 확인 및 정리, 증거수집을 위해서 의뢰인과 자주 접촉하게 되고, 소송 상대방과 주고 받는 서면의 내용을 공개하여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사실관계나 증거의 누락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소 딜레마가 발생하게 됩니다. 의뢰인이 적지 않은 수임료를 지불해 가면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승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소송수행 과정에서 상대방과 법정공방을 벌이는 데 따른 첨예한 대립과 그 스트레스, 법률적 고통으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되기 위한 면도 있습니다. 즉,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상당 부분 ‘알아서’ 사건을 잘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지요. 사건에서 한 발치 떨어져서 한 숨 돌릴 수 있도록 말이예요. 반면 변론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소송수행에 대한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feed-back 과정은 ‘승소’라는 공동의 goal을 쟁취하는 데 분명 큰 도움을 주는 동시에, 의뢰인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와 부담을 가하게 됩니다(예를 들어 상대방이 제출한 서면의 내용-의뢰인 입장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으로 점철된-을 보는 일만으로도 분한 감정을 누르기가 힘들게 되듯이). 다만 요새 추세는 기업고객은 물론 개인고객에 대하여도 변호사가 수행하는 변론과정을 공개(특히 작성한 서면의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으로서 독자성을 가지고 재량을 마음껏 행사하되, 결과로서 책임을 질 것인지, 아니면 의뢰인을 적극적으로 변론과정에 끌어들여 의견교환을 하면서 방향을 잡아갈 것인지, 그리 쉽지만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