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들(아직 미취학)이 자기가 편의점에서 직접 계산을 해서 간식거리를 사겠다며, 자랑스레 동전을 지갑에 챙겨 나왔다.
나 어릴 적만 해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 실제 통화에 대한 개념이 없어, 가게에 놀이에서 쓰는 종이 돈을 가져갔다가 주인한테 개무안을 당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무슨 위그든씨의 선물같은 훈훈한 드라마는 전혀 연출되지 않음).
그런 얘기를 아들에게 들려주니 하는 말이,
“아빠는 그 때 어리석었군, 할머니한테라도 물어보지 그랬어. 나도 알고 있는 건데”
요새 애들은 확실히 뭔가 더 빠르고 영민한 것 같다.
그러더니 이번엔 만약 자기가 동전을 똑같이 만들어내면 어떻게 되는건지도 묻는다.
“어 그건 통화위조죄에 해당하고 중대한 범죄라서 법정형으로만 따지면 사형까지 당할 수 있어”(특가법 위헌 결정으로 통화위조죄에 대한 사형 부분이 실효된 것을 아직 몰랐다).
아이의 나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는 나의 불친절한 설명에, 아들은 재차 자기가 모르는 낱말의 뜻을 일일이 되물어 확인을 구한 뒤, 생각지못한 세상법의 엄혹함에 다소 놀라는 눈치다-세상에 그깟 동전 따위에 무슨 사형 얘기가 나오냐.
왜 그렇게 무겁게 벌하느냐는 물음이 뒤따르자 나는 다시 대한민국 화폐의 발행권한은 한국은행에만 있고 그 외의 자가 임의로 화폐를 만들어내면 시장질서가 교란되고 통화의 신뢰가 떨어지는 혼란 등이 발생하므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내 식대로의 설명을 이어 나간다.
이윽고 이야기는 아들이 다니는 태권도 도장의 다른 형아들이 도장에서 주는 칭찬카드(선물과 교환 가능한 쿠폰의 일종)를 멋대로 복사하고 있다는 것에까지 옮겨 갔고-아니 요 자식들이,
어쩌다보니 사문서(혹은 유가증권)위조 및 행사, 사기의 성립까지 얘기하게 됐다;;
네가 너무 어른같이 말해서 네 나이를 잊고 말할 때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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