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에서 변호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돈을 받은 만큼만 일하고, 이를 어길 경우 엄벌에 처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이같은 법의 선포에 의뢰인들과 변호사들 모두 크게 환호하였다.


 

의뢰인들

: 변호사들이 수임료는 비싸게 받아 놓고 하는 일이 없었는데, 이제야 좀 제대로 열심히 일하겠군!

 

변호사들

: 의뢰인들이 쥐꼬리만한 수임료만 내놓고 온갖 것을 해달라고 해서 죽을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좀 시달리지 않겠군! 

 

………………

 

전에 어떤 법조인 분이 “나는 돈받은만큼만 일할 것이다”고 당당히 말했다는 것을,

직접은 아니고 전문(hear say)으로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래도 변호사의 본질이 장사꾼보다는 ‘다른 면’에 있지 않나 생각했었기 때문에,

자연히 그런 발언을 한 사람을 폄하하여 생각했었고, 나 자신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고 여겼었다.

개업 후, 얼마를 버니 마니 숫자로 치환된 pride가 가장 우선시되는 듯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의 case에 어떤 식으로 접점을 남기는지에 관해서 관심을 갖는 경우는 드물어 보였다.

그런 분위기가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고 사실 지금도 힘든 면이 있다.

그런데 수지를 맞추고 계산을 잡아가다 보면, ‘받은만큼만 일하겠다’던 그 말에서 일말의 미덕을 발견하게 되는데,

정직함-이랄까. 속물일지언정 적어도 위선자는 아니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