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후로 종종 무신론적 공포(죽은 후에 가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는)가 엄습해 올 때가 있다;

이런 저런 일을 겪은 후 종전의 신앙이 상당히 표피화된 탓일까, 나는 일관되게 믿지도 불신하지도 못하고 있다;(여전히 기복적으로 신께 간구하고 일이 이뤄지면 감사하고 기뻐하고 안도하나,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불안해한다)

간혹 그렇게 생각한다, 신이 계시고 죽는 걸로 끝이 아니라면(양자는 별개의 사항, 신의 존재와 내세의 존재는 논리상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므로, 니체도 인류의 오랜 자산인 영혼 자체의 관념은 수용하되 영혼불멸을 부정하여 ‘사멸하는 영혼’ 개념을 밝힌 바 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 아닐까, 사후에 어디로 갈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교회에서는 영혼불멸이 너무 당연한 전제여서인지 이에 대하여 보다 더 쉽게 받아들일만한 설명이 부족한 듯 해보이고,(다만 열심히 진심으로 믿는 이들 옆에 있으면 왜인지 나도 그렇게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안심이 되기도 한다)

무신론자들 no god? no problem을 외치며 괜찮다고 하나, 내게는 하나도 괜찮지 않고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한다;